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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온라인상에서 "ㅂㅅ"이라고 욕설한 경우 모욕죄의 성립 여부, 초성 모욕

by 조영광 변호사 2024. 10. 29.

초성-모욕-모욕죄
초성-모욕-모욕죄

 

 

 

공소사실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는 어느 한 시민단체의 공동대표, 운영위원장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피고인은 그 시민단체의 회원이다. 

피고인은 시민단체의 카카오톡 채팅방에 "ㅂㅅ같은 소리... 군대? 거기 갔다 온 게 이 문제에 뭐가 중요한데 ㅂㅅ아"라는 글을 작성하여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1심은 초성으로 된 "ㅂㅅ"이 욕설 중 하나인 "병신"이라고 한 것과 같다고 보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이 한 말이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지 않고, 벌금이 너무 과하다는 이유로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과연 항소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하였을까요.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4. 4. 선고 2022노1678 판결]

모욕죄는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여기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시민단체의 내부 문제에 관하여 언쟁하는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격앙되었고, 피해자가 적대적인 태도로 피고인의 언행을 지적하면서 피고인이 군대를 못 갔다 온 것 같다고 말하자 피고인은 흥분하여 위와 같은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ㅂㅅ"이라고 한 것과 "병신"이라고 한 것은 문언상 표현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완전히 동일시하기 어려운 점, 

 

오히려 피고인은 "병신"이라는 직접적인 욕설의 표현을 피하려 하면서 이를 연상할 수 있는 초성 "ㅂㅅ"만을 추상적으로 기재하였을 뿐인 점,

 

"ㅂㅅ"이라는 표현은 피해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라기보다 상대방의 언행에 대응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 정도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표현은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

 

 

초성-모욕-일러스트-비비테
초성-모욕-일러스트-비비테

 

 

 

평석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아, 그럼 'ㅂㅅ', 'ㅆㅂㄴ'처럼 초성으로 욕설하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으니,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대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무죄로 확정된 사안입니다. 

 

대법원의 판단까지 거쳤다면, 아래의 기사처럼 충분히 유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던 사안입니다. 

 

 

초성-모욕-관련기사-클릭
초성-모욕-관련기사-클릭

 

 

초성 모욕을 포함하여 모욕죄에 대한 각급 법원의 판단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가지각색이며 중구난방입니다. 

 

동일 사건에서 1심 유죄 · 2심 무죄 · 3심 유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고, 1심 유죄 · 2심 유죄 · 3심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초성체는 인터넷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등장한 표현 방식으로써, 하나의 단어와 같다고도 다르다고도 보기 어렵고, 그에 대한 해석도 다양할 수 있어 다툼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초성 모욕의 경우에는 초성 자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보다 어떤 경위와 맥락에서 사용하였는지가 더욱 중요하며, 그에 따라 모욕죄의 성립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